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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름: 이것만은 남기고 가야지 (이응수 황혼일기)

 

 

이번 과제를 하기에 앞서 이 책을 구하기 위해 근처 도서관들을 조회 해보았다. 다른 시험 공부를 하느라 과제를 조금 미룬 탓인지 생각보다 책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이미 다 대출 중이었고, 구매를 하려 해도 재고가 하나도 없어 주문을 해 도착까지 3~4일이 걸린다고 한다. 평소 책 읽는 속도가 조금 느린 탓에 조급히 느껴져 얼른 구매를 하려 yes24에 접속을 했더니 요즘 세상이 참 좋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바로 e-book서비스 인데 구매를 하면 즉시 열람이 가능 한 인터넷 북 서비스 이다. 덕분에 바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서도 세상은 날고 있는데 그렇게 엉금엉금 기어서 어떻게 따라가겠느냐’(15p) 이런 구절이 나온다. 젊은 내가 느끼기에도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인데 어르신들이 느끼기엔 정말 세상이 날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겠는가.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이 책은 직장에서 은퇴 후 소박한 삶을 살며 겪었던 경험들과 그 속에서 느낀 감정들을 솔직하게 풀어 놓은 적은 에세이이다.  에세이 형식이라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작가의 연륜이 책 속에 가득해 마냥 가벼운 느낌의 에세이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은 후 더욱 나를 뒤돌아보게 하고 많은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던 것 같다.

 

먼저 세대차이에 대한 작가의 에피소드를 먼저 소개하려 한다.

작가는 <한 가정 한 가훈 갖기>캠페인에서소헌(웃음 소리가 나는 집)’이라는 제법 그럴싸한 가훈을 받아온다. 집에 와서 아이들에게 소헌을 꺼내놓고 자신의 의도를 밝혔지만 모두 심드렁한 태도를 보였고, ‘가훈은 시류에 역행하는 것이다’. ‘개인의 창의성에 영향을 준다고 여겨 회사에서도 사훈을 없애고 있다.’란 반응이었다. 특히 막내는 대화가 안 된다는 듯 아예 들은 척도 않고 TV에 눈을 박고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같이 주유소를 갔을 때 주유소 직원에게 말을 놓는 작가를 보고 막내 아들은왜 직원에게 말을 놓냐’, ‘내가 주유원 같으면 같이 말을 놔버린다.’ ‘아버지도 잘못된 건 인정하셔야 한다.’ 라며 면박을 준다. 한 집에 살아도 이렇게 세대차이가 나는 가족들에게 가훈을 들여놓기엔 이미 시대가 너무 멀리 와 있는 것 같다며 한탄한다.

세대 차이란 것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이며 충분히 공감 할 수 있다. 나 또한 연세가 60세를 넘은 아버지를 둔 자녀로서 아버지와 의견 차이로 부딪쳤던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어렸을 땐 아빠랑은 말이 안 통한다며 방문을 닫고 혼자 울기 다반사였다. 질책만 하는 아빠가 미웠고 화를 내고 소리지르는 아빠가 무서웠었다. 책에서 언급 되었다시피 지식과 지혜는 분명히 다르다. 세월이 쌓이고 쌓여야 지혜가 된다. 지식이 지혜로 바뀌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그때의 아빠의 말들이 대부분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다가 아니었다. 조금만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했었다면 덜 부딪치고 맘 상하는 일이 없지 않았을 까. 예전에 엄마가 한번은 나를 잡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엄마도 겉모습은 엄마지만 너랑 다를 것 없이 똑같이 생각을 하고 서운해 하기도하고 토라지기도 한다는 내용이었다. 갑자기 이런 말은 하는 이유는 엄마가 내 나이 대였을 때 외할머니를 바라보며 참 억척스럽고 나이든 어른이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외할머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하고 싶은 게 있을까? 라는 의문을 했었던 자신이 엄마가 되어보니 그때 외할머니도 지금의 엄마처럼 겉모습만 세월이 흘러 나이를 든거지 분명 그게 다가 아니였을 텐데 말이다. 지금 나를 보니 그때가 갑자기 생각난다며 얘기를 해주셨다. 엄마를 어려워하지 말아달라고, 친구같이 많은걸 공유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이다. 이 말을 되새겨 보니 아빠도 잘 몰랐던 것 같다. 어떻게 자식을 대해야 하고,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자식들이 이해할지 또한 울며 방안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말이다. 나도 나이든 아빠의 입장은 생각은 않고 나를 헤아려주지 못하는 아빠가 미워, 표현 못한 채 세월이 지나 오해 아닌 오해도 쌓였던 것 같다. 조금만 서로를 이해하려 하고 서로의 입장서 생각한다면 가정에서만큼은 세대 차이로 인한 불화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에피소드는 작가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느꼈던 고충이다.

러시아워라 만원인 버스 안, 작가의 옆자리가 비어 있어도 아무도 앉지 않는다. 빈자리라고 앉으라 권해봐도 괜찮다는 듯 사양한다. 이런 일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버스만 타면 종종 생긴다.

작가는 이런 이유를 크게 2가지로 생각해 봤다. 하나는 상대방이 할아버지 벌, 또는 아버지 벌이니까 조심이 돼서 그러리라는 것과 냄새가 난다거나 지분덕거려 말을 붙일까봐 피하는 경우인데 스스로 후자라고 결정을 내린다. 점잖은 말로는 소외 또는 외면이지만 시쳇말로는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여긴다. 이는 대중교통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길거리에서 나누어 주는 전단들도 아예 노인들에게는 주질 않는다며 자신들의 위치가 거기까지 와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니 뭔가 마음이 굉장히 아프면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 또한 자리가 한자리 밖에 없으면 모를까 여러 빈자리가 있으면 나도 모르게 보다 젊은 사람, 남자보단 여자 옆자리에 앉곤 했기 때문이다. 이유라고 하면 맘 아프게도 작가가 생각한 후자이다. 단지 그 이유만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나도 모르게 외적으로 깔끔하게 차려 입은 신사 같은 어르신이 아니라면 피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에피소드를 보고 정말 많이 내 행동을 반성하게 되었다. 내가 무심결에 한 행동에 다른 어르신들도 작가처럼 느꼈으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노인이라는 개념에 대한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정된 가치관을 바꿀 필요가 있다. 또한 작가처럼 이를 알고 더욱 자신의 몸가짐을 깔끔히 하고 단정하게 유지하는 등 사회만을 탓하기 보단 이를 인정하고 자신이 노력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하여 변화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조금만 배려한다면 이 문제 또한 잘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러 약장수들의 타겟이 된 노인들의 이야기가 있다.

작가 부부가 여수 해양 박람회 홍보 차 진행하는 초청행사에 참여해 무료 여행을 떠났다가 생긴 일이 있었다. 관광버스에 회원들을 가득 싣고 출발 했는데 알고 보니, 이 여행은 단순한 홍보 차 여행이 아니라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여러 제품들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의사마냥 하얀 가운을 입은 박사라는 사람이 숙달된 솜씨로 어르신들을 구슬리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안 산다고 작심하고 들어간 사람들인데 나올 때 보니 태반이 하나씩 들고 나왔다. 중소도시 공터에 진을 치고 있는 약장수들도 마찬가지다.  약장수가 노리는 건 주로 노인네들이다. 어수룩하고, 판단이 조금 흐린, 그리고 아직은 인정이 두터운 노인네들을 붙들어야만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노인네들 치고 이런 경험 한 번 없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이라고 작가는 늙은 것도 서러운데 이렇게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만을 털어 놓는다.

 나도 찜질방이나 아파트 단지 내에서 숙달된 솜씨로 사람들에게 약이나 제품을 파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여기서 타겟은 무조건 노인이라기 보단 판매하는 제품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비타민이나 미용제품은 젊은 여성들이나 중년의 여성들이 주타겟일 것이고, 주부를 겨냥한 생활용품이나 주방용품, 운동관련 제품들은 젊거나 중장년층의 남성들이 주타겟이 될 것이다. 이건 어르신들만이 대상이 아니다. 요즘 다단계형식으로 많은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고 지인에게 거미줄 마냥 소개해주고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저런걸 누가 실제로 사는 사람이 있겠어? ‘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직장을 다니는 내 친구가 150만원 어치의 비타민을 구매했다는 말에 정말 충격에 빠졌었다. 구매하는 게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지만 나로썬 많은 의문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첫째로는 이용하는 사람들이 잘못되었지만, 우리 모두 이 장난에 넘어가지 않도록 냉철한 판단력을 가져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작가가 대한민국의 노인으로 살아가며 느껴왔던 서러운 에피소드들이 한도 없이 넘쳐난다. 책을 읽으면서 젖은 솜처럼 가라앉고 마음이 애잔하다. 하지만 작가가 단순히 자신의 서러움들을 넉 두리 하듯 적은 것이 이 책의 본 목적이 아닐 것이다. 뭔가 변화를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닐 까. 이러한 사회 속에서도 작가는 무기력하게 세상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실버 연주단의 연주를 듣고 중학생 때 배웠던 악기를 떠올리며 가슴 한 곳이 뜨거워져 하모니카를 구매하기도하고, 이 책이름처럼 의미 있는 책까지 출판하였다. 물론 중학생 때 설레게 배웠던 것만큼 가락이 흥이 나지도 않고 들어주는 사람도 없지만 묵묵히 스스로 변화를 주고 있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 빠르게 적응하고 살고 있는 세대들에 대한 부러움도 나타나있다. 작가의 세대들은 나라가 가장 힘들 때 태어나 전쟁을 겪었고, 1세대 공순이, 공돌이로 살아왔다. 한때는 꿈나무들이고 유망주들이었는데 어쩌다가 신세대란 말은 한번 들어보지도 못한 채 x세대에, 386세대에 밀려 문화적으로 적응 못하다가 어느 날 하루아침에 구세대로 몰려 왕따를 당했다. 그들이 바라보기엔 지금의 시대가 너무나 개방적이고 자유로우며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처럼 보이겠는가. (어릴 적 생계를 위해 뒷산에서 쑥을 캤었는데 지금은 아내와 쑥떡이 먹고 싶어 운동 삼아 쑥을 캐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감회가 색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일날 둘째 며느리가 보낸 사랑한다는 내용의 두 줄짜리 문자메시지를 보고 기분이 좋아 읽고 다시 또 읽었다. 작가는 40년 가까운 세월을 아내와 함께 보냈지만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한번 담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제 생각을 저렇게 솔직히 표현 하는 것에 익숙한 현 세대 사람들이 마냥 신기해 한다. 그 시대 때에는 그런걸 지금처럼 당연하게 봐주질 않았기 때문이다. 책에 첨부된 둘째 며느리의 문자에 대한 답장은 정말 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당장이라도 부모님께 안부 문자를 보내고 싶은 충동을 주었다.

 

마지막에 작가는 지혜라는 단어를 새롭게 정의 한다. 단순히 시간이 흘러 지식이 숙성된 것에 국한 하지 않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재빠르게 적응할 줄 아는 사람이 지혜로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너무 매마른 삶은 살지 않았으면 한다고 충고한다. 어느 누구도 세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언제나 젊은 세대의 삶을 영위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노년층의 입장을 잘 알 수 있게 되었고 내 행동에 대해서도 반성을 하는 등 정말 의미 있었다. 또한 수업시간 때 같이 본 MBC 스페셜 인생의 이모작을 보고 나서 나도 저들처럼 나이가 든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 까란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나의 노후 생활을 계획해보고 설계하기에 이르렀다. 정년퇴직하고 새롭게 마사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2번째 인생을 살거나, 퇴직 후 귀농하여 인생을 다시 설계하며 읍내에 지식기부를 하는 어르신들. 모두들 자기 나름대로 멋진 인생을 마무리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수업을 들으며 단순한 노인에 대한 삶이 아니라 더 나아가 내 인생, 지금 이순간부터의 미래를 설계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책들이 많이 대중화 되어 서로 다른 세대간에 올바른 이해와 가치관이 성립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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